
국내 상장 ETF가 1163개를 넘어선 가운데 유사 ETF와 ‘미투 상품’을 둘러싼 베끼기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투자 철학까지 닮은 ETF가 늘어나면서 ETF 시장의 과열 경쟁과 투자자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TF 시장 급성장, 5년 만에 상장 상품 두 배 가까이 증가
국내 ETF 시장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습니다. ETF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는 총 116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533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미 국내 시장은 이른바 **‘ETF 1000개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이후에도 자산운용사들의 신상품 경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올해에만 120여 개의 ETF가 새롭게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ETF 상품 수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함께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경쟁사의 성공적인 상품 구조와 투자 전략을 비슷하게 따라가는 ETF 베끼기 논란, 이른바 ‘미투 상품’ 문제입니다.
투자 철학까지 닮았다…ETF 베끼기 논란 확산
최근에는 단순히 특정 종목이 겹치는 수준을 넘어 상품을 설명하는 투자 철학까지 비슷한 ETF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판매를 시작한 ACE 반도체 Plus전략산업 ETF는 반도체와 조선, 방산, 원자력을 주요 투자 축으로 구성한 상품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차와 2차 전지, 제약·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 가운데 한 개 산업을 추가해 총 5개 산업에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전체 포트폴리오는 약 10개 종목으로 압축하며 반도체 비중을 최소 4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운용사 측은 제조업 전반에 넓게 투자하기보다 핵심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앞서 출시된 한화자산운용의 PLUS K제조업 핵심기업액티브 ETF와 투자 철학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상품 역시 반도체와 조선, 방산, 에너지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제조업 핵심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국 개별 종목뿐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핵심 전략산업에 집중한다는 ETF의 투자 논리 자체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ETF 베끼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담은 ETF도 유사 상품 잇따라
포트폴리오 구조가 상당히 비슷한 ETF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구성한 채권혼합형 ETF입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월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 50 ETF를 국내 최초로 상장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약 25%씩 편입하고, 나머지 약 50%를 채권으로 구성한 상품입니다. 반도체 대표주의 성장성과 채권의 안정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유사한 구조의 ETF들이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기초지수와 세부적인 채권 구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각각 25% 안팎으로 설정하고,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을 채권에 투자하는 기본 구조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시장에서는 특정 ETF가 흥행에 성공하면 다른 운용사들이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산·원자력 ETF까지… 잘 팔리는 테마에 경쟁사 몰린다
방산과 원자력 같은 인기 산업 테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이 PLUS K방산 ETF를 선제적으로 출시한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도 관련 ETF를 잇달아 선보였습니다. 물론 동일한 산업에 투자한다고 해서 모든 ETF가 똑같은 상품은 아닙니다. 편입 종목과 비중, 운용 방식, 액티브 전략 등에서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이름과 구성만 일부 다를 뿐 실질적으로 비슷한 산업과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먼저 내놓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인기 테마를 따라가는 경쟁이 강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먼저 출시한 운용사가 오히려 손해” 보호 장치 부족
업계에서는 새로운 ETF 아이디어와 투자 전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유사 ETF 출시를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제재가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도 유사 상품 출시 경쟁과 관련해 업계의 자정 노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가 없는 경고만으로는 ETF 베끼기 관행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운용사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도 다른 운용사들이 유사한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면 최초 상품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먼저 출시한 ETF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ETF 경쟁 심화, 결국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ETF 경쟁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 ETF 운용보수가 낮아지고 상품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보다 다양한 투자 전략을 비교하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유사 상품 경쟁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투자 전략보다 광고와 마케팅 경쟁에 집중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비슷한 ETF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면 투자자들이 상품별 차이점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ETF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상품명이나 최근 수익률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편입 종목과 투자 비중, 총 보수, 운용 방식, 기초지수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TF 1163개 시대, ‘상품 수’보다 차별화가 중요해질 전망
국내 ETF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방산, 원자력, 2차 전지 등 새로운 투자 테마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ETF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상장 ETF가 1163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상품을 출시하느냐보다 얼마나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제시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TF 베끼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가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경쟁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마련할지도 주목됩니다. 투자자 여러분께서도 비슷한 이름의 ETF가 많다고 해서 모두 같은 상품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포트폴리오와 운용 전략의 차이를 확인하신 뒤 투자 결정을 내리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출처
한국거래소 및 자산운용업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본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투자 정보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나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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