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폐지 이후에도 기존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마련된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가 출범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상장폐지 기업이 이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5년여 동안 비자발적으로 상장폐지된 기업 115곳 가운데 91곳은 현행 K-OTC 지정 요건상 거래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는 180만 명을 넘어 전체 소액주주의 약 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장폐지 이후 소액주주 보호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상장폐지 기업 115곳 중 91곳은 K-OTC 진입조차 어려워
전수 조사 결과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모두 115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현행 K-OTC 운영규정에 따라 상장폐지지정기업부에 들어갈 수 없는 기업은 91곳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기업의 소액주주는 180만 3926명으로 전체 소액주주의 85.1%를 차지합니다. 반면 K-OTC를 통한 거래지원이 가능한 기업은 24곳에 불과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소액주주는 31만 5383명으로 전체의 약 14.9% 수준입니다. 결국 상장폐지 이후 투자자에게 마지막 거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가 상당수 소액주주에게는 사실상 접근하기 어려운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감사의견 거절’입니다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의 진입 요건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은 최근 결산 감사의견입니다. 현행 규정에서는 최근 결산 감사의견이 적정 또는 일정 범위의 한정이어야 하며, 주식 양도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또한 부도나 파산 등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지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장폐지 사유 가운데 감사의견 거절이나 부적정,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등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조사 대상 91곳 가운데 86곳은 감사의견 거절·부적정 또는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등의 사유로 처음부터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만든 요건이 상장폐지 이후 주주들의 마지막 거래 기회까지 차단하는 기준으로 다시 적용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감사의견 거절 기업일수록 주주 보호가 필요한 것 아니냐”
감사의견은 투자자가 기업의 재무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따라서 K-OTC가 신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재무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주주의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의 존속 가능성이 동일하게 위험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사의견 거절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기업의 회계 문제와 실제 영업 지속 가능성을 동일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국 감사의견 거절 기업을 일률적으로 K-OTC 거래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 가장 거래가 필요한 주주들이 오히려 마지막 거래시장에서도 배제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래지원 기간도 최대 6개월에 그쳐
K-OTC에 지정된다고 해서 거래가 장기간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상장폐지지정기업부의 거래지원 기간은 최대 6개월입니다. 이후에도 계속 K-OTC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등록기업부 편입을 신청하거나 협회가 지정기업부 종목으로 신규 지정해야 합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올해 2월 거래지원 대상에 포함됐던 인트로메딕과 파멥신은 약 6개월 동안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 27일 거래지원이 종료됐습니다. 두 기업 모두 이후 정규 K-OTC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거래 통로가 다시 막혔습니다. 인트로메딕은 거래지원 기간 동안 122 거래일 연속 거래가 체결됐으며 총 1292만 주, 약 17억 8000만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파멥신 역시 거래지원 기간 매일 매매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상장폐지 이후에도 실제 주주들의 매도 수요와 거래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 보호 위해 ‘승강제’ 등 제도 개선 필요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이후 거래시장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기업의 상황에 따라 거래지원 방식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사의견, 영업 지속성, 자본잠식 여부, 경영진의 회계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장폐지 기업이 K-OTC로 이동하고, 이후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 투명성이 개선되면 더 높은 단계의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승강제’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상장폐지 이후에도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과 재무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소액주주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K-OTC 제도, 신규 투자자와 기존 주주 사이 균형 필요
협회는 현행 제도가 신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입니다. 일반 지정기업부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일정 수준의 기업까지 거래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만, 거래가 지속되려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소액주주 측에서는 상장폐지 이후에도 기존 주주가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신규 투자자 보호와 기존 소액주주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입니다. 상장폐지는 주주에게 이미 상당한 재산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거래시장까지 막힌다면 소액주주의 피해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감사의견 적정·한정 여부’**만을 기준으로 K-OTC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기업의 실제 영업 지속 가능성, 회계 문제의 원인과 개선 가능성, 기존 주주의 거래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결론
상장폐지 기업의 소액주주 보호는 단순히 상장폐지 절차를 관리하는 문제를 넘어 투자자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115개 비자발적 상장폐지 기업 가운데 91곳이 현행 K-OTC 지정 요건에서 배제되고, 이와 관련된 소액주주가 180만 명을 넘어선다는 점은 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상장폐지 이후에도 주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고, 기업 정보를 확인하며, 필요한 경우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가 마련돼야 합니다. 향후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의 진입 요건과 6개월 거래지원 기간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는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K-OTC 운영규정 및 K-OTC 자료,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관련 자료, 관련 언론 보도 종합.
※ 본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투자 정보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나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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